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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보수신문의 행태가 심상찮다. 선을 넘은지 이미 오래고 아예 막 나간다. '친여지'로 소문났으니 더는 눈치 볼 것 없다는 투다. 혹시나 뇌에 구멍이 난 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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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자 중앙일보 1면

중앙일보 6일자 지면을 들춰 보자.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 과장됐다"고 1면에서부터 설레발이다. 며칠 전부터 지면을 도배했던 정부 해명이 약발이 없자 이번엔 '황우석 가짜 줄기세포' 밝혀낸 '브릭토론방'까지 쇠고기 홍보에 끌어들인 것이다. '브릭 가라사대'는 뒷면에서도 이어졌다. "미 쇠고기 먹고 광우병 발병 / 100억분의 1 확률에 불과해". 중앙일보는 토론방에 떠도는 수많은 주장 가운데 자기 마음에 드는 하나를 골라 2면 우측 상단의 기사제목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평상시에 눈길 한 번 아니 주다가 궁할 때, 마치 성경에서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데 도움되는 근거구절을 찾듯이, '브릭'에서 수입쇠고기 홍보에 쓸모있는 레퍼런스를 구하는 건 '브릭'이 추구하는 과학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게다가 '브릭' 토론방에서 나온 여러가지 목소리들과 정확하게 매치되지도 않는다. 인터넷을 넘나드는 지나친 과장에 대해서 경계하는 목소리는 있을 지언정 정부측 처사를 옹호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다. 과장된 광우병 위험을 경계하고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아직 확실하지 않다"에 머물러 있다. 정부 홍보를 위해 멋대로 끌어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을 선전하는 중앙일보의 열심은 4,5면에서도 계속됐다. 중앙일보는 "한국 정부가 미국 와서 도축작업 감시해도 좋다"는 미 농무부 식품안전담당 차관의 말을 4면 톱으로 처리했다. 무슨 말이 나올지 뻔히 아는 미국 관리의 입을 빌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강변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 관리가 제 나라 쇠고기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생리적 현상마저 중앙일보에겐 예외인 모양이다. 중앙일보의 팔은 바깥으로 굽는 걸까?

1,2면의 '브릭'과 4면의 미국 관리에 이어 중앙일보는 5면에서 다시 양기화 의사협 실장을 등장시킨다. 그에게 부여된 사명은 "MM형 유전자 논문, 광우병과 아무 상관 없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광우병 위험 논란의 시발이 된 김용선 교수팀의 논문내용을 사실상 약화시키는 것이다. "김 교수의 논문은 쇠고기를 먹어서 걸리는 광우병(vCJD)에 대한 논문이 아니"며, "논문은 한국 사람의 95%가 MM형 유전자를 가졌기 때문에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에 유전적으로 취약할 수 있다는 가설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어떤 임상적인 근거도 없"고, "가설이 힘을 얻으려면 실제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에 걸린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3일자 5면에 실은 <미국산 쇠고기의 오해와 진실>에서도 김용선 교수팀의 연구결론이 "인간광우병(vCJD)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CJD)에 걸릴 위험이 높음을 경고한 것"이었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중앙일보보다 이명박 정권을 더 사랑한다고 자부하는 동아일보가 1년 전인 07년 3월 23일 작성한 <'몹쓸 광우병, 한국인이 만만하니?>란 제하의 기사에 김용선 교수팀의 연구를 다룬 내용이 나온다. 잠시 소개한다.

...한림대 의대 일송생명과학연구소 김용선 교수팀은 건강한 한국인 529명의 프리온 유전자를 분석했다. 94.33%가 메티오닌-메티오닌, 5.48%가 메티오닌-발린, 0.19%가 발린-발린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2004년 ‘저널 오브 휴먼 제네틱스’ 온라인판에 실렸다.

김 교수는 “미국이나 영국은 인구의 약 40%가 메티오닌-메티오닌”이라며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을 경우 인간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미국이나 영국인에 비해 높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인간 광우병과 유사한 산발형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에 걸린 한국인 환자 150명의 프리온 유전자를 조사했다. 그 결과도 역시 129번 아미노산이 모두 메티오닌-메티오닌이었다. 이 연구는 2005년 10월 ‘뉴로제네틱스’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운운.
 
자! 이 대목에서 중요한 단어는 앞과 뒤를 이어주는 '또'(and)라는 글자다. 이것이 말하는 바는 무엇인가? 동아일보 기사대로라면, 한림대 김용선 교수팀이 진행한 연구는 크게 두 가지다. 한국인이 인간광우병(vCJD)에 걸릴 확률을 조사한 것, 그리고(and) 크로이츠펠트 야코프병(CJD)에 걸린 한국인 환자의 프리온 유전자를 조사한 것. 전자는 건강한 한국인 529명의 프리온 유전자를 분석한 것이고, 후자는 CJD병에 걸린 환자 150명의 프리온 유전자를 조사한 것이다. 이 모양 둘은 조사 대상도 다르고, 년도도 방법도 다르며, 연구결과를 게재한 잡지도 다르다.

그런데도 중앙일보는 김 교수팀의 연구 가운데 한 가지만 붙들고 대국민 사기극을 자행하고 있다. 정권 사랑에 눈 먼 나머지 양심마저 가출하고만 것일까. 중앙일보 주장의 허구성을 입증하자면 사실 동아일보 기사까지 들먹일 필요도 없다. 당장 의사협 실장이라는 양 씨조차 "국내에 광우병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가 거의 없다...이 문제는 섣불리 안전하다, 위험하다를 말할 수 없으니 나서는 학자가 없다"고 말하지 않는가. 사정이 이렇다면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큰소리 치기보다 이 문제를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옳다. 자칭 보수신문이면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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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자 한겨레 1면 하단

그러나 중앙일보 지면의 가장 큰 문제는 실은 다른 데 있다. 이날자 한겨레신문 1면에는 축산농민의 자살소식이 실렸다. 쇠고기 개방 이후 두번째다. 지난 3일에 한 명. 그리고 5일에 한 명. 그러나 축산농민의 죽음은 중앙일보 지면에 실리지 못했다. 조선 동아도 마찬가지. 왜 그랬을까?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홍보하는데 장애가 돼서? 심지어 중앙일보는 강기갑 의원의 농림부 협상대응문건 공개도 지면에 싣지 않았다. 이 또한 국민의 알권리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그런걸까?

단지 중앙일보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타칭 '보수신문들'의 행태가 대개 이렇다. 자국 국민의 건강보다 미국의 국익에 더 충실하고, 자국 축산농민의 죽음보다 미국 축산농가를 더 걱정하는 '희한한, 참으로 희한한 보수들'... 이들의 유전자는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정말 그것이 알고 싶다.(20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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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虛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