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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했을 것이다. 아니,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투박한 사내의 눈에서 떨어진 눈물 한 방울의 힘이 이렇게나 강력할 줄을. 카메라에 잡힌 북한 축구선수 정대세의 소리없는 울음에 대한민국이 이렇게 들썩거릴 줄 차마 짐작이나 했겠는가 말이다.  

▲ SBS 화면 캡쳐

조선일보가 17, 18일 이틀 연속으로 '정대세의 눈물'을 소재삼은 칼럼을 내보냈다. 공교롭게도 두 제목 모두 <정대세의 눈물>이다. 17일자 <정대세의 눈물>은 오태진 수석논설위원이 쓴 '만물상' 칼럼이고, 18일자 <정대세의 눈물>은 선우정 일본 특파원이 쓴 '특파원 칼럼'이다.

같은 제목을 단 칼럼이 조선일보 지면에 날짜를 달리 하여 연거푸 등장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내색은 않고 있지만, 조선일보가 '정대세의 눈물'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

비슷한 색깔을 지닌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17일자 지면을 통해 각각 <눈물 투혼 정대세, 빠르고 창조적이고 강했다>(17일자 A33), <그의 눈물, 세계 축구팬 가슴엔 강슛이었네>(17일자 A2) 기사로 정대세의 눈물을 호들갑스럽게 보도했을 때도, 별다른 반응 없이 작은 사진 한 장(A29)으로 떼워 넘겼던 조선일보였다. 그런 조선일보가 <정대세의 눈물>이란 동일한 제목을 단 칼럼 두 개를 이틀 연속 배치했으니 자연 눈길이 갈밖에.

'만물상' 칼럼에 담아 내보낸 첫번째 '정대세의 눈물'은 내용상 크게 흠잡을 것이 없다. 정대세의 특이한 이력과 인간적인 매력 등을 잘 버무려내다가 칼럼 말미에 이르러 그의 눈물이 '조국애'가 아니라 '축구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됐다는 식으로 이분법적 해석을 강요한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온.오프를 막론하고 정대세의 눈물에 대한 호의적인 평가가 넘실대는 판에, 아무리 천하의 조선일보라도 거기에 딴지를 걸기는 어려웠을 게다. 감동 쓰나미를 억지로 막으려다 역풍을 맞으면 그 데미지가 장난이 아님을 경험으로 익히 아는 까닭이다.

그러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정대세의 눈물에 남쪽의 네티즌들이 가슴으로 화답하고 거기에 남과 북의 경계를 초월한 그의 '민족혼'이 보태지면서 감동의 무게가 날로 커져가자 조선일보로서도 브레이크를 걸 필요성을 느꼈을 법 하다. 첫번째에 비해 너무나 달라진 두번째 '정대세의 눈물'을 그것 아니고서는 이해할 길이 없다.

선우정 일본 특파원이 그려낸 두번째 '정대세의 눈물'은 '만물상' 칼럼과는 달리 이념과 적의로 넘쳐난다. 8문단 가운데 마지막 두 문단을 제외한 6문단이 '일본에서 북한으로 건너 갔다가 지옥을 경험한 재일동포' 얘기다.

이어, 선우 씨는 다짜고짜 "일본에 살면서, 국적은 한국이면서, 북한 축구팀을 택한" 정대세의 선택에 가늠자를 들이민다. 거기에 대한 정대세의 답변은 "조국이니까"란 단 한 마디. 선우 씨에게 그것은 "용기 있게 '조국'으로 가는 북송선을 탄" 재일동포 9만명의 어리석은 선택에 다름 아니다.

정대세의 눈물을 본격 '디스'한 칼럼 마지막 단락을 직접 감상해 보시라.

"만약 정대세가 그때 북송선을 탔었다면 어떤 운명이 되었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브라질전에 앞서 정대세가 흘린 눈물을 북에서 죽어간 재일교포들이 보았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 눈물에 감동하는 듯한 요즘 한국 일각의 분위기에 대해선 말할 것도 없다."

생애 최고의 무대에서 세계 최고의 팀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감격에 겨워 울음을 터트린 정대세의 눈물에서 재일동포의 비명까지 읽어내는 조선일보의 천리안에 경외심이 절로 들지 아니한가? 나아가 "정대세의 눈물에 감동하는 듯한 요즘 한국 일각의 분위기'를 걱정하며 혀를 차는 조선일보의 높은 식견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지 아니한가?

아아, 이처럼 수준 높은(?) 신문지가 우리 곁에 있다는 게 얼마나 큰 민족의 불행인지! (2010.06.19)




- 虛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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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와 <미디어스>에 송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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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虛虛

입 닥치고 조낸 찾는거다. 디오게네스마냥 등불 들고서... 찾을 때까지 끈질기게... 근데 뭘 찾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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