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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MT’ 이틀째. 서울광장에는 흥겨움이 넘칩니다. 북파공작원들이 광장 한 복판을 접수하고 위령제를 지내는 눈쌀 찌푸려지는 상황에서도, 시민들은 가족 단위로, 혹은 연인끼리, 혹은 친구끼리, 혹은 동호회원들끼리, 혹은 넉넉하게 혼자서 촛불과 태극기를 든 채, 마치 축제 한 마당에 참가한 듯 즐거움을 나누는 모습들입니다.

광장 주변에는 수십개의 단체에서 설치한 크고 작은 천막과 텐트들이 즐비하고, 그 사이 사이로 이명박 정권에 대한 다함없는 분노를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어필한 피켓들과 플랭카드가 나붓깁니다.

강기갑 의원(민노당)은 여전히 촛불집회의 스타더군요. 그의 사인을 받으려는 행렬이 서울시청 정문 쪽으로 길게 늘어 섰습니다. 붐비는 사람들을 비집고 한바퀴 돌면 여기저기서 재밌는 구경거리들을 접할 수 있습니다. 땅바닥에 앉은 젊은 친구들이 무리지어 기타로 올드 팝을 부르는 모습도 보기 좋습니다. 그 옆에선 또다른 공연이 펄쳐집니다. 각설이 마누라 분장을 한 여성이 밀집한 사람들을 웃깁니다.

이틀째를 맞는 릴레이촛불집회 공식순서는 저녁 6시 50분 쯤에야 시작했습니다. 그 전에 자리 정리하는 데만 거의 20여분이 소요됐습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몰렸기 때문입니다. 자리를 정리하는 중에 북파공작원들이 철수한다는 공지가 나옵니다.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릅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철수 과정에서 북파공작원들이 시민들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더군요. 안타까운 인생들입니다.

곧이어 또다른 안내광고가 나옵니다. 준비한 양초 5만개가 다 떨어졌다고. 돈을 주고 구입하지 말고 잠시만 기다리시라고. 사람들의 환호성이 다시 터집니다. 시민들은 촛불을 흔들며 '헌법 제1조', '광야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아침이슬' 등을 부르고, 자유발언을 들으며 신나게 웃고 박수칩니다. 행사 중간중간에 앞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일어나서 뒤를 돌아 보며 사진을 찍습니다. 그리고는 거리를 가득 메운 구름관중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탄성을 지릅니다.
날씨가 비가 올 듯 꾸물거리고 바람도 세졌습니다. 그러나 달아오른 촛불의 열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다 보니, 웃음을 금할 수 없는 장면도 자주 연출됩니다. 앉아 있는 사람들 사이를 헤집으며 장사꾼이 "비옷과 오징어 사세요"를 외치고 다닙니다. 나이드신 어떤 분은 머리에 이상한 모자를 쓰고 뭐가 좋은지 연신 춤을 덩실덩실 추고 다닙니다.
 
이날 모인 집회참가자 수는 주최측 추산 20만명(경찰 추산 6만 5천명)에 달합니다. 한겨레는 15만명이 모였다고 했습니다. 어둠이 깔리자 태평로 일대에 10만이 넘는 촛불이 켜집니다. 덕수궁에서부터 서울광장, 그리고 이순신 장군 동상 앞까지, 서울 중심부는 그야말로 촛불로 넘실대는 바다 그 자체입니다.

강기갑 의원의 발언에 이어 가수 안치환이 무대에 오르자 시민들의 환호와 박수소리가 더 커집니다. '광야에서'와 '사람이 꽃보다 아음다워"를 부른 다음, 신곡 '유언'을 선보입니다. 미친 소 먹고 병에 걸렸는데, 의료보험 민영화 때문에 병원서 치료도 못받고, 그러다 죽으면 화장해서 대운하에 뿌려달라는 그런 내용입니다. 모 네티즌의 글을 작곡한 노래라고 했습니다. 내용은 슬픈데 자꾸만 웃음이 납니다. 블랙코미디가 지배하는 대한민국의 현실 탓입니다. 노래 후반부엔 '랄랄라' 후렴까지 곁들여집니다. 참 별난 '유언'입니다.

집회 순서를 마치고 거리행진을 시작하는 시간. 집회참가자 수가 많아 세 갈래로 나누어 갑니다. 목표는 역시 청와대입니다. 조중동의 거짓부렁에 휘둘려 민심과 담쌓고 지내는 '소통의 달인' '귀먹은 명박씨'에게 하늘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주기 위한 국민들의 충정을 뉘라서 막을 수 있겠습니까. 선도차량 뒤를 따라 노래부르고 구호를 외치며 촛불을 흔들며 가는 참가자들을 경찰도 제지하지 못합니다.

촛불행렬을 보며 버스를 타고 가던 시민들도 동조의 웃음을 지어 보입니다. 인도에 선 사람들도 손을 흔들어 줍니다. 대한민국의 민심은 이미 현 정권에서 돌아 섰습니다. 이 대통령이 불교계 원로들을 만나 자리에서 '재협상 불가'를 선언했다지요? 그렇다면 그이 자신이 물러나는 수밖에 없습니다. 머슴이 주인의 말을 안들으면 해고해야지 어쩌겠습니까.

행렬은 마침내 이순신 동상 앞에서 멈춰 섰습니다. 닭장차와 촛불이 다시 대치하는 형국.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함성을 내지릅니다. 옛날 이스라엘 군사들이 함성으로 여리고성을 함락시켰듯이, 그렇게 절실하게 & 혼신의 힘을 다해서. 이명박 정권에겐 이 함성이 천둥 번개나 다름 없을 것입니다. 귀를 자꾸 틀어 막아도 막을 수 없는... (200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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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대폰으로 찍어 화질이 썩 좋진 않습니다.



- 虛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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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虛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