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Echo칼럼] 조중동, ‘종교의 정치 참여’에 두 잣대

조중동이 '사제단 쇼크'에 빠졌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거의 진화했다고 자신했던 촛불이 6월 30일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의 미사를 계기로 다시 활활 살아났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온갖 지면을 총동원해 촛불집회를 불법.폭력으로 매도하고 정부를 닥달해 5공식 강경진압에 나서도록 했던 조중동으로서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보는" 그런 심정일 것입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십자가를 앞세우고 들어온 사제단이 얼마나 미울까요.

그렇다고 촛불집회 참가자들에게 했던 것처럼 사제단에게 다짜고짜 욕설을 퍼부을 수도 없습니다. '신앙인의 양심'을 대변하는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은 많은 이들에게 폭넓은 존경과 신뢰, 그리고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 종교집회는 집시법의 저촉도 안받는 데다가, 미사와 거리행진 자체가 폭력과는 거리가 먼 것이어서 어떻게든 트집을 잡아 볼려고 해도 명분이 마땅치 않습니다. 게다가 천주교를 건드려선 신상에 좋을 게 전혀 없습니다. "what shall we do?"

조중동의 이런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는 7월 2일자 지면을 한번 보시죠. 조선, 중앙, 동아 모두 이날 종교와 정치의 상관관계라는 고전적인 문제를 물고 늘어졌습니다. 그러나 관점에선 조금씩 차이를 보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조선일보는 <종교와 정치>라는 사설에서 "물론 종교도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그 발언은 때와 장소의 논리에 맞는 발언이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조선일보의 이 말은, 쉽게 말해서, 자기 귀에 들음직한 보수 우익의 기독교집단은 얼마든지 발언할 수 있지만, 듣기 껄끄러운 진보 진영의 종교계는 입 다물고 있는 게 좋다는 편가르기에 다름 아닙니다. 한기총 목사들이 서울광장에서 시도때도 없이 대규모 구국기도회를 개최할 때는 아무 말도 없다가 사제단이 어쩌다 한번 움직이니까 기겁하고 정색하는 오늘자 사설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그래서 길게 말할 것 없이 패스.

동아일보도 <국가 正常化 위해 국민이 거짓과 선동 물리쳐야> 사설에서 사제단의 미사를 공격했습니다. 한 마디로, 촛불 쪽은 '거짓바이러스'와 '반정부적 폭력성' 가득한 악의 축이나 마찬가지인데,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신중해야 하고 국민에게 오직 진실만을 보여줘야" 하는 사제단이 "촛불시위를 비호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 동력을 살려주기 위해 애쓰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본분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미친 신문의 헛소리에 대꾸하는 건 이성에 대한 예의가 아니므로 그냥 패스.

마지막으로 중앙일보입니다. 전날 <성직자들이 불법 부추기는 모양새는 안 돼>라는 사설을 통해 조중동 가운데 가장 먼저 사제단을 치받는 무용('무모한 용기'의 준말)을 과시한 바 있는 중앙일보는 이 날도 <거리로 나선 성직자들>이란 오병상 논설위원의 시론을 게재, 사제단의 미사에 거듭 딴지를 걸고 나섰습니다. "촛불은 이미 정치로 변질"되고 말았는데, 사제단이 미사를 드림으로써 "종교의 정치참여에 불을 댕겼다"는 겁니다. 오 씨의 논리를 잠깐 따라가 볼까요?

오 씨는 "세계사적으로 종교와 정치의 분리는 근대화의 산물"이고 "근대국가들은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천명하고 있다"는 점을 환기시키면서, 우리나라도 헌법 제20조에서 정교분리를 명시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원칙적으로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어 오 씨는 약간 톤을 바꿔 "절대권력에 맞설 세속의 권력이 없던 대안부재의 시대"에는 종교인도 발언할 수 있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그 정도는 외칠 수 있는 세상"에서는 사제단까지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고 훈계합니다. "정치는 속인들에게 맡겨도 되는 세상이다. 종교마저 거리에서 촛불을 들어선 안 된다"는 칼럼 마지막 문장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오 씨의 논리에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앞서 조선일보 사설을 비판할 때 던졌던 질문을 되던지면 간단히 끝납니다.  "이전에 같은 장소에서 숱하게 행해졌던 한기총의 구국기도회는 종교의 정치참여가 아니고 무엇인가?"라는 물음 말입니다.

아다시피 한기총은 수 만에 이르는 교인들을 버스로 동원하여 서울광장의 잔디가 닳도록 뻔질나게 구국기도회를 개최했습니다. 명분도 가지가지였습니다. 국보법 사수, 개정사학법 저지, 국가정체성 수호, 전시 작전통제권 기타 등등. 이 가운데 정치적 문제와 연관되지 않은 게 하나라도 있습니까? 먹거리 문제로 거리로 뛰쳐나온 촛불은 이에 비하면 오히려 순진할 정도입니다.

더구나 한기총은 대형집회 때마다 반핵반김국민협의회라든가 뉴라이트전국연합, 성우회, 향군 등과 연대함으로써 정치색을 한층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집회 때마다 폭력적인 장면도 심심찮게 연출됐습니다. 그럴 때 조중동은 무슨 말을 했습니까? 놀랍게도 비판의 말 한 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정치와 종교의 분리' 같은 건 입에 담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한기총 구국기도회를 중계하기 바빴고, 모인 숫자 부풀리며 노무현 정권을 위협하기에만 급급했드랬지요.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 보니, 심지어 조선일보는 시청앞 구국기도회를 이끈 한기총 대표회장 박종순 목사를 인터뷰까지 했더군요.(2006.9.4, A3) 그런데 이 기사의 부제가 재밌습니다. <“국민 목소리에 귀막는 정권은 희망없어”>. 작금의 현실에 딱 들어맞는 소리 아닙니까?

박 목사를 인터뷰하는 조선일보 기자가 던진 질문들도 히트입니다. "대표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어깨띠를 매셨지요?", "그동안 대중집회를 개최하자는 제의가 없었습니까?", "사학법 재개정과 전시 작통권 환수 논의 중지를 기도회 주제로 삼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기총이 구국기도회까지 개최하게 된 특별한 배경이 있습니까?", "작통권 문제는 어떻습니까?", "‘구국기도회’ 후의 계획은?" 운운.

참 이상하지 않습니까? 박 목사에게는 왜 종교인이 정치에 참여하느냐고 따져 묻지 않았을까요? 그때는 지금보다 더 자유롭고 누구든지 별 말을 다 할 수 있는 '춘삼월 호시절'이었는데 말입니다. 한기총 목사들이 하도 자주 노무현 정권과 맞서다 보니, 조선일보 기자 눈에 그들이 종교인이 아니라 정치인으로 보이고 만 걸까요?
 
폐일언 왈, 이날 조중동이 사설과 시론 등을 통해서 촛불미사를 드린 사제단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선 것은, 자신들의 공작으로 금세 꺼질 것이라고 잠시나마 착각했던(?) 촛불이 다시 힘을 받기 시작했을 뿐더러, 종교계까지 지평이 넓어짐으로써 외려 자신들이 조종하는 이명박 정부에게 불리한 환경이 조성될 조짐이 보이자 지레 겁 먹고 초조감에 휩싸인 나머지 '광우병 걸린 소가 트림하는 소리'를 낸 것이 아닌가, 그리 보여집니다.    

그래서 말인데, "정부가 불법 시위에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자 성직자들이 대신 멍석을 깔아주고 있다. 국가가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린 지가 벌써 두 달인데 얼마나 더 참고 견뎌야 하는가." 하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는 동아일보 사설의 첫머리가 보면 볼 수록 참 애처롭지요? (2007.7.2)



- 虛虛 -

>>> http://findingecho.tistory.com/ 


Posted by 虛虛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룬원 2008.07.02 12: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네들의 말바꾸기 논리는 이미 질릴 대로 질렸습니다.
    그 뻔뻔함이란.... 넘쳐나는 증거에도 고개를 들리는 신문사..
    참.....이젠 할 말도 없습니다. 저러다 자멸하기만을 바랄뿐..

  2. peter153 2008.07.02 14: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쓰레기들이 지꺼리는 잡소리입니다.

  3. 말레이 2008.07.02 17: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조중동은 악의 축이라고 할 수 밖에 없군요

  4. neogreif 2008.07.02 23: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 그들이 말하는 국민은 한기총,뉴라이트,열렬조중동매니아,HID정도 일테니..

    • 虛虛 2008.07.03 02: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당근이지요. 그렇지 않으면 전의경에게 당하는 국민의 처절한 모습이 지면에서 말끔하게 삭제될 리 있겠습니까.

  5. 가별이 2008.07.03 09: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고보니 목사는 정치활동에 참가할 수 없다는 내부 규정이 있는걸까요? 국회의원등의 정치인중에 목사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입 닥치고 조낸 찾는거다. 디오게네스마냥 등불 들고서... 찾을 때까지 끈질기게... 근데 뭘 찾어~~~?
虛虛

달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