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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자 중앙일보 1면에 신입기자 모집 공지란이 떴습니다. 제하여 <‘도전하는 신문’ 중앙일보에 도전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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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자 중앙일보 1면 하단에 뜬 신입기자 모집 공고

베이징올림픽에 올인한 신문답게 신입기자를 모집하는 글도 올림픽 일색입니다. 박태환 신화에다 우사인 볼트까지. 그러면서 "도전할 때 진화의 싹이 튼다"며 "끊임없는 도전과 개척정신으로 한국 언론계의 변화를 선도해 온 중앙일보"에 도전하라고 꼬드깁니다. 중앙일보가 섹션신문, 가로쓰기, 전문기자제 등으로 한국 언론사의 새 장을 열었고, 내년에도 선진국 판형을 선보인다나요?

이걸 보면서 웃었습니다. 비웃었습니다. 한심해서 웃었습니다. 왜냐구요? 중앙일보가 앞서 열거한 새로운 형식들을 제일 먼저 선보인 건 맞습니다. 그러나 중앙일보가 명색이 언론이라면, 가장 중요한 게 뭘까요? 한 마디로 말해 바로 기자정신 아니겠습니까? 어두운 사회악에 양심의 불빛을 들이대고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끈질기게 파헤치는 불굴의 투혼 말입니다. 독자들이 보기 편한 신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볼 것이 들어있는 바른 신문을 만드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는 거지요. 그런데 중앙일보가 과연 그런 신문입니까?

긴 말 할 것 없이. 25일자 중앙일보를 펼쳐 보세요. 지면을 온통 올림픽으로 도배했습니다. 마치 대한민국에 올림픽말고는 아무 이슈도, 현안도 없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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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로부터 1,2,3,4,5,6,(광고),8,(광고),10,(광고),12,(15면 광고)16,(광고),18,19,(광고),29,31면

물론 베이징올림픽이 폐막해서 할 말이 많겠지요. 그러나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 안 드십니까? 요즘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청와대의 KBS모임' 소식이 어디 있나 궁금해서 꼼꼼하게 뒤졌더니 12면 하단에 살짝 삽입돼 있더군요. 그것도 민주당과 청와대의 반응을 반반 제목으로 잡아서 기계적 중립의 모양새를 취하고, <정치권, 'KBS 대책 회동' 논란>이란 부제를 달아 '정치적 논란'으로 희화화시키면서 말이죠.

그런데 'KBS 대책 회동'이 여야 간에 핑퐁놀이하듯 주고받는 그런 정치권의 '논란'거리에 불과합니까? 진정 그렇게 생각합니까? 혹 중앙일보에 '도전'할 생각을 가진 분이 있다면, 대신 답변해 주셔도 무방합니다. 이건 누구 편을 드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파적 호오에 따라 답이 갈려지는 색깔문제도 아닙니다. 이는 일반상식에 속한 물음입니다. 양심의 건강 여부를 진단하는 물음입니다. 기자 이전에 건전한 시민으로서의 소양이 있느냐 없느냐를 가리는 물음입니다.

만약에... 만약에 말입니다. 지금 이명박 정부가 하는 짓을 노무현 대통령과 그 정부 사람들이 하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그래도 중앙일보가 이것을 한가하게 '정치권의 논란' 정도로 치부하고 12면 하단에 박아 넣을 수 있을까요? 노 대통령이 자기 코드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KBS사장을 강제로 끌어내리고 검찰을 동원해 윽박지르고, 나아가 KBS사장 선임에 청와대가 공공연하게 개입하고, 그러면서도 말끝마다 거짓말로 일관하고... 기타 등등. 이런 나쁜 짓을 세트로 해치워도?

입장 바꿔 잠깐만 상상해도 엄청 살떨리죠? 언론자유를 심대하게 침해하고 위협하는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그러나 중앙일보는 올림픽을 빙자해서 지면에 거의 싣지 않았습니다. 청와대가 KBS 대책회동 사실을 시인한 것이 22일. 그렇다면 23일 지면에 이런 팩트가 실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중앙일보는 23일자 지면에서 'KBS' 소식을 깨끗이 거세시켜 버렸습니다. 대신 한국 야구가 일본을 이긴 것은 그림까지 넣어 이닝별로 자세히 보도했더군요. 재밌지 않습니까? 이걸 보면서 순간 중앙일보가 아니라 일간스포츠를 보고 있는 줄 알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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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자 한겨레신문 1면과 3면

중앙일보 지면을 23일자 한겨레신문과 비교해 보세요. 한겨레는 'KBS 대책회의' 사실을 1면에 소개하고 다시 3면에서 <KBS사장 '사전면접' 의혹...현행법 정면 위반>이란 제목을 달아 깊이있게 다루었습니다. 중앙일보가 한겨레와 정치색깔이 다른 건 익히 알고 있지만, 그러나 에디토리얼도 아니고 스트레이트기사에서까지 이처럼 침묵과 외면으로 일관하는 건 넘 심한 거 아닐까요? 더 가관인 건, 이처럼 살아있는 권력을 비판하는 기사는 제대로 다루지도, 올리지도 못하는 중앙일보가 권력을 핥아주고 비위 맞추는데는 도가 텄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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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자 중앙일보 1면과 10면 하단 기사

25일자 1면을 다시 펼쳐 보시죠. <대한민국을 빛낸 영웅들이 돌아온다>며 호들갑 떨면서, 그 옆에 부제로 <오늘 서울광장 환영대회>가 있다고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는 거 보이시죠? 뿐 아닙니다. 10면 하단을 할애해 <선수단 환영 '국민대축제'>를 상세하게 소개하는 기사를 따로 올렸습니다. 올림픽 전사들의 순수한 땀방울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먹으려는 MB의 저열한 의도를 비판하기는 커녕 오히려 그를 받쳐주고 띄워주기에 여념이 없었던 겁니다. 이런 중앙일보가 감히 '도전하는 신문'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게 정말 역겹지 않습니까?  

글을 맺기 전에 중앙일보에 한 말씀.

'도전'이란 말은 섹션신문이나 가로쓰기 등에 어울리는 말이 아닙니다. 적어도 '언론'이나 '기자'의 도전이라면 그런 것이어서는 곤란합니다. '도전'의 사전적 의미는 어려운 일이나 상대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것입니다. 그럴진대 살아있는 권력에 당당하게 맞짱뜨지도 못하고 외려 굴종과 굽신으로 일관하면서 '도전하는 신문' 운운하는 염치없는 짓은 제발 그만 두시기 바랍니다. 자신에게 어울리지도 않는 미사여구나 허황된 수사는 자제하고 대신 "돈만 밝히는 젊은이들은 지원 바람" 이렇게 공고하는 게 차라리 쿨해 보이고 더 낫지 않을까요?

그래도 '도전'이라는 낱말을 꼭 사용하고 싶다면, 섹션이나 가로쓰기 이런 것 말고 '오보신기록에 도전하는 신문'이라는 문구를 강추합니다. '도전'의 두번째 의미가 "어려운 사업이나 기록 경신 따위에 맞섬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니, 쓰임새에도 딱 들어 맞고 좋지 않습니까? 금년에만 벌써 대형사고가 예닐곱번에 달할 정도로 오보에 대한 중앙일보의 집착은 남다른 데가 있는 듯 하니, 이런 특기와 도전정신을 더욱 가열차게 기르고 증진시켜서 이참에 오보금메달에 한번 도전해 보세요. 자칭 일류신문 중앙일보 기자 여러분! (2008.8.25)



- 虛虛 -


Posted by 虛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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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백종성 2008.08.27 10: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냅두세요.
    안보면 되죠.
    아...안보니까 대문 밑에 던져 놓고 가더라구요...^^

    작년부터 한겨레 봅니다.
    뭔가에 꽉 막혔던 속이 다 후련해지는 기분이더군요.
    지나친 편향이 눈에 보이지 않는 건 아니지만
    CJD에 비하면 귀엽죠. ㅎㅎ

    한겨레 첨엔 대학 학보 수준이던 지면이 이젠 많이 늘어났습니다.
    왜 진작 보지 못했나 후회도 듭니다.
    이 땅의 진보의 힘을 믿습니다.

    • 虛虛 2008.08.27 10: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창간 때부터 한겨레를 봐 왔는데, 그때에 비해서 많이 세련되긴 했죠. 그러나 열독율은 그때가 더 높지 않았을까요? ^^;;


입 닥치고 조낸 찾는거다. 디오게네스마냥 등불 들고서... 찾을 때까지 끈질기게... 근데 뭘 찾어~~~?
虛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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