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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100분 토론>을 봤다. '미네르바 구속' 문제를 다룬대서다. 주제가 주제니 만큼 화끈한 토론이 될 거라 생각했다. 더구나 이 분야에 특히 강점을 보이고 있는 진중권 교수가 출연한다지 않은가. 그가 나서서 이명박 정권의 무법하고 무도한 행태에 특유의 독설을 씨~원하게 한 바가지 퍼부어 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 MBC <100븐 토론> 대표화면 캡쳐. 이날 토론회에는 진중권과 전원책 외에 김성수 연대 법대 교수,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등도 출현해 '미네르바 구속'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였다.

그러나 보고 난 후의 심정은 한 마디로 참담했다. '토론의 달인' 진중권은 오늘따라 무력했다. 예리한 그의 포텐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대신 상대패널로 나온 전원책 변호사는 물 만난 듯 토론규칙 따위 아랑곳 하지 않고 무시로 상대의 말을 끊으며 큰 소리로 시종했다. 그의 맹활약 덕분에 <100분 토론>은 산으로 기어 올랐다.

진중권이 예상 밖으로 고전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나오기로 했던 한나라당 측에서 돌연 불참을 통보하는 바람에 3:3토론이 무산된 것도 그 중 하나다. 여야 의원들이 맞짱 뜨고 자기는 상대편 약점을 치고 빠지는 아웃복싱을 구사했으면 결과가 더 좋았을 것이다. 변호사 출신 전원책과 법 문제로 정면대응한 것도 작전미스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전원책의 횡설수설 신공에 휘말린 탓이 가장 크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전원책은 목소리 큰 사람이 무조건 이기는 한국적 토론문화의 진수를 보여 줬다. 전원책은 한 마디로 블랙홀이나 다를 바 없었다. 아무데서나 끼어들고 호통치고 상대를 비웃는 진흙탕 매너 앞에서 논리는 실종됐고, 토론은 숨을 거뒀다.
 
전원책은 이 정부의 미네르바 구속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을 내비치면서도 구속적부심을 기각한 법원의 판단은 비판하거나 절대 흔들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호주제 폐지나 군가산점 문제 등를 다룬 예전 토론회에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비판하던 모습을 기억하는 많은 네티즌들은 그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앞뒤 다른 전원책의 말바꾸기는 미네르바의 범죄혐의를 강변하며 "(정황상) 그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그랬다고 봐야 한다며 검찰 주장을 되풀이 할 때도 어김없이 묻어 나왔다. 그는 이전 '간통죄 논란' 토론프로에선 "국가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같은 공공복리 등은 기본권을 제약할 때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주장을 폈었다.

전원책의 '한 입 두 말' 묘기는 인권탄압국으로 유명한 짐바브웨의 경우를 들어 사이버모욕죄의 부당성을 지적하려던 진중권의 발언을 "왜 자꾸 다른 나라랑 비교하느냐"며 가로 막을 때 한층 도드라졌다. '군가산점'과 '간통죄' 논란에 대해 말하면서 오스트리아, 독일, 일본, 미국 등을 비교대상으로 자주 거론하던 그는 어디 갔을까?

전원책의 '식언' 하이라이트는 진나라 고사를 인용한 대목이다. 그는 가혹한 형법으로 나라를 다스리던 상앙이 훗날 그 때문에 백성의 원성을 사 비참한 최후를 마쳤음을 상기시키면서 사이버모욕죄를 도입하려는 정부의 법만능주의적 행태를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명확성 원칙에 반하는 전기통신법의 부당함에는 입을 다물었다.

앞말이 뒷말을 잡아먹는 전원책의 '이부지자'(二父之子) 놀이가 이러했다. 위에 거론된 것들 외에 "미네르바의 글과 개인의 매수주문 폭주 사이에 인과관계 여부"(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는가), "공문과 협조요청의 신뢰도의 차이"(허위사실 유포라고 볼 수 있는가) 등등에 대해서도 치열한 공방이 전개됐으나, 지면 사정상 생략한다.

각설하고, 이날의 히어로를 꼽으라면 단연 전원책이다. <100분 토론>을 막장으로 몰고 간 최악의 패널이라는 의미에서다. 군가산점 문제와 대운하 반대 등으로 네티즌들에게 크게 부각됐던 그의 이미지는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크게 훼손된 듯 보인다. 반듯한 보수의 아이콘으로 어필하려면 토론매너부터 다시 배워야 하지 않을까. (2009.1.16)



- 虛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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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일리서프>에 기고한 글입니다.


Posted by 虛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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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ails 2009.01.16 09: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중권에게 토론방식에대해 지적 하더군요..우습더군요.

  2. Draco 2009.01.16 12: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검찰의 자충수 운운하면서 자신은 비논리적으로 우기며 모두와 대결을 하는 자충수를 두더군요.

  3. 알바 . 2017.12.07 08: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보고갑니다


입 닥치고 조낸 찾는거다. 디오게네스마냥 등불 들고서... 찾을 때까지 끈질기게... 근데 뭘 찾어~~~?
虛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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