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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온통 흙탕물 천지로 만든 추석 연휴의 집중호우. 벌써 1주일여 전의 일이라 그 충격이 꽤 퇴색되었지만, 지금 돌이켜 봐도 확실히 그때 비가 많이 오기는 왔나 봅니다. 파란색 꽃을 머리에 꽂은 인간들 여럿이 집단으로 맛이 간 걸 보면.

수도권 물난리를 둘러싼 황당 엽기 무개념 막장극의 첫 장을 연 것은 역시나 이명박 대통령이었습니다. 22일 수재민들을 돌아보는 자리에서 "기왕 (이렇게) 된 거니까 편안하게"라는 저질발언을 내뱉어 네티즌들로부터 "그게 대통령이 할 소리냐"는 거센 질타를 받은 게 그 시작이었지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뜻하지 않은 재난을 당해 모든 것을 잃어버린 수재민에게 이 대통령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지금도 정가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전날 출연해서 대국민 홍보용 눈물.콧물쇼를 펼친 KBS 1TV <아침마당> 프로의 감동(?)이 그 다음날 터진 집중 호우에 쓸려 순식간에 날아가 버린 것에 대한 섭섭함 내지는 뒷끝 때문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만, 아무튼.

이 대통령의 바통을 이어받은 다음 주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MB돌격대' 이재오 특임장관이었습니다. 대빵 혼자 욕먹는 모습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듯, 23일 자신의 트위터에 "추석 시골길 코스모스 아름답다"거나 "비는 쏟아졌지만 가족들이 다 모이니 좋았다", "다행히 큰 피해는 없는 것 같다..."는 등의 뻘글을 올려 '화이어'를 자청하고 나섰습니다.

서울 전역이 빗물에 떠내려가든 말든 상관없이 저 홀로 "불광천을 타고 한강까지 갔다. 환상이었다. 불광천에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유유히 놀고 청둥오리 백로들이 여유를 부리고...모처럼 태양 아래 마음껏 즐긴 사람들이 한강변을 가득 채웠다..." 운운하며 '명박민국'의 행복을 노래하는 이재오식 무대뽀 낭만에 "제 정신이냐"는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지요.
 
이 대통령의 총애를 받고 있는 이 특임장관이 막장극에 가세하자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도 이에 뒤질 새라 충성경쟁에 뛰어 들었습니다. 24일 추석 때 발생한 수도권 물난리를 빗대 "4대강사업이 아니었다면 엄청난 홍수 피해가 있었겠지만 이번에 강이 범람한 일은 없었다"느니 "4대강사업의 중요성이 입증된 것으로 본다"느니 하며 뜬금없이 '4대강사업 예찬론'을 편 것입니다.

수해가 난 곳은 서울 도심이었는데 엉뚱하게 4대강은 범람하지 않았다며 '4대강 만세'를 불러제끼는 안상수 대표의 포스트모던한 생쇼에 국민 대다수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집권당 대표로서 수도권 침수를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고개를 떨구기는 커녕 뺀들뺀들한 얼굴로 '묻지마 MB 찬양'에만 급급한 작태에 아연하고 실색한 탓입니다.

당 대표까지 나서서 흙탕물에 발을 담군 마당에 사무총장과 원내대표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삼위일체의 팀웍을 과시하기라도 하려는 듯, 원희룡 사무총장과 김무성 원내대표 듀오 역시 27일 동시에 지원사격을 퍼부었습니다. '남자의 자격'을 능가하는 한나라당판 하모니를 잠시 들어 보시죠.

"워낙 광화문은 상징적인 데니까 도로에 물이 찬 것에 대해서 말들이 많은데, 광화문에는 주택이나 이런 피해는 없지 않나... 광화문 도로에 비가 거기가 45분 동안에 아마 100㎜ 가까이 비가 왔더라, 종로구청 강우량 측정을 보니까. 그렇게 쏟아지는 데에는 어쩔 수 없는 것..."(원희룡)

"4대강 반대론자들은 수해 피해를 입은 주민을 보면서 교훈으로 삼아야... 시간당 75mm로 설계됐는데 만조때 95mm로 비가 와 물이 차올라 피해가 있었다... 피해 복구에 동원돼야 할 경찰이 야간집회에 동원돼 치안이 구멍나는 일이 없도록 야당은 집시법 개정에 적극 협조해달라."(김무성)

광화문 도로에만 물이 넘치고 주변 주택엔 피해가 없었다는, 그나마 광화문 도로에 빗물이 넘친 것도 시멘트로 도배한 광장 때문이 아니라 시간당 95~100mm 가까이 퍼부은 폭우 때문에 그렇다는 그네들의 화음(禍音)을 감상하신 소감이 어떻습니까?

인재가 아니고 천재라는 것을 강변하려다보니 시나리오에 없는 만조까지 끌어들이고, 그도 모자라 수도권 침수피해와 집시법 개정의 상관관계까지 들먹이는 그들의 민망한 작태에 욕지기가 절로 치밀어 오르는 듯 하지 않습니까?

이런 사람들에게 기상청이 종로구에서 측정한 21일의 시간당 강수량의 최대치가 처리 가능한 75mm에 못 미치는 71mm였으며,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기간 5년 간에 서울시의 수해방지예산이 10분의 1로 격감했다고 아무리 악을 쓴 들 달라질 것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애당초 국민의 아픔과 눈물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는 '딴나라' 사람들 아닙니까.

서울 시민은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데 불타는 로마를 바라보며 하프를 탄 네로 황제마냥 유유자적 한가로이 한강변의 낭만과 행복을 노래하는 꼬라지를 보세요. 겉으론 '친서민' 나팔을 불면서 속으론 정권의 안위만을 도모하는 이 정부 사람들의 배반적 행태가 이러합니다. 이런 나라에서 세금 내며 국민 노릇 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지독한 형벌인지... 빌어먹을.(2010.09.29)



- 虛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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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Posted by 虛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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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EDI 2010.09.29 12: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금 시장이 천만 서울시민의 시장이였던가요???
    강남특별3구 시장인걸로 아는데...그래서 강남3구에만 수해피해가 없고
    침수된 강남역주변도 조용하잖아요....


입 닥치고 조낸 찾는거다. 디오게네스마냥 등불 들고서... 찾을 때까지 끈질기게... 근데 뭘 찾어~~~?
虛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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