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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 깨나 봤단 사람들 가운데 노지마 신지가 각본을 쓴 <장미 없는 꽃집>이란 최루성 드라마를 모르는 이는 거의 없을 게다.

어린 딸과 더불어 꽃집을 하는 천사표 남자 주인공에게 여주인공(미오)이 이런저런 이유로 봉사 행세를 하며 접근해서 상처를 주다가 어찌어찌 해서 나중에 사랑으로 골인한다는 그런 내용인데, 시간 나시면 한 번 감상해 보시라. '강추'까지는 아니어도 꽤 볼 만 하다.

거기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악성 종양을 앓고 있는 미오의 아버지가 남을 속이고 있다는 자책감으로 괴로워하면서도 그를 내색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딸을 보며 에둘러 이렇게 말한다.

"알겠냐. 거짓말이라는 건 (상대를) 무시하니까 하는거야. 솔직히 얘기해도 용서해 주지 않을 거라고 상대의 인격을 낮게 생각했다는 거야. 게다가 자신도 무시하는거야.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좋아하지 않을거야 인정받지 못할거야...라고 말이지."

고백컨대, 이 장면에서 어쩔 수 없이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거짓으로 뒤범벅된 이 땅의 정치판이 문득 오버랩돼서다. 입만 열면 거짓말로 국민을 기만하는 사람들, 그들도 이런 고민과 아픔을 갖고 있을까. 아니, 이런 고민과 아픔을 갖고 있다면 그렇듯 천연덕스레 거짓말을 할 수 있을까.

드라마 속 여주인공은 상대를 사랑하면서도 그를 거짓으로 대할 수밖에 없는 기막힌 운명에 몸부림친다. "거짓말은 상대와 자신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아버지의 말에 속앓이하는 미오를 보면서 같이 안타까워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2010 대한민국 현실에 눈을 돌리면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과거 발상으로 국정 운영을 하면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내뱉었다는 말이 이렇다. 이런 말도 보탰다고 한다. "국민들의 수준이 과거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국민들이 이해를 잘 안 해준다고 답답해하지 말았으면 한다. 우리가 더 노력해야 한다" "이 정부는 사사로운 생각으로 술수를 쓰지 않고 정말 바르게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국민 앞에) 당당하게 임해달라" 블라블라.

너무나 당당한 거짓말 앞에서 차마 대꾸할 말이 없어진다. 민간인 불법사찰과 청와대 대포폰은 과거 발상이 아니라 미래 발상이고 술수가 아니라 바른 국정운영이라는 걸까? 그래서 대포폰 입막음하자고 검찰까지 동원하나?

뿐이랴. 그 전날엔 D일보와 인터뷰하면서 이런식으로 떠벌였단다. "뭐 레임덕이 어떻고 하는데... 나는 그걸 잘 이해를 못해요. 내가 권력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건 정치권력을 휘두르는 독재시대의 이야기죠... 한번 생각해 보세요. 권력을 안 휘두르는데 무슨 레임덕이 있어요. 힘 가지고 하는 사람이 힘이 빠지는 거지... 그게 평소 생각이고 또 그렇게 실제 살아왔고, 그냥 맹탕으로 하는 소리가 아니고..." 曰曰.
   
이쯤 되면 웃음밖에 안 나온다. 요즘 유행하는 말마따나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데 달리 무슨 말을 할까. 기사 밑 댓글에 'ㅋ'자 웃음꽃이 만발한 것도 그와 무관치 않을 터다. 국민은 배꼽 쥐고 뒹구는데 저 혼자 근엄하게 인터뷰하는 퐝당한 시츄에이션이라니.

이런 사람에게서 노지마 신지가 말한 거짓말에 따르는 아픔의 흔적을 찾을 수나 있을까. 글쎄, 솔직히 난 회의적이다. 그런 게 100만분의 1이라도 남아 있으면, 대한민국 돌아가는 꼬라지가 이 정도까진 안 됐을 거란 생각에서다. 내가 너무 비관적인가? 에혀, 닥치고 드라마나 봐야 겠다.(2010.11.17)



- 虛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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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Posted by 虛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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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황무 2010.11.17 19: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왈~왈~
    아니 찍!찍! 인가?
    에효 옛날에는 쥐잡기날이 있었는데...

    아~ 그래서 쥐잡는 날이 없어졌나? 아님 말구...
    그나저나 볼만한 드라마는 있을려나 에고 속터져...

  2. 오렌지쥬스10밧 2011.01.06 03: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장미없는 꽃집을 보고,,, 다른 님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검색중 님의 글을 보고 갑니다. 감사히 읽고 갑니다.


입 닥치고 조낸 찾는거다. 디오게네스마냥 등불 들고서... 찾을 때까지 끈질기게... 근데 뭘 찾어~~~?
虛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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