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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가리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고 하는가. 동아일보가 굴욕외교의 결정판이랄 수 있는 한미 FTA 재협상 타결을 적극 '환영하는' 사설을 쏘아 올렸다. <한미 FTA의 ‘국민 이익’ 극대화하자>는 제목을 단 6일자 사설에서다.

하고 많은 FTA 사설들 가운데 동아일보 사설이 유독 돋보이는 까닭인 즉, 동아일보만 유일하게 '재협상'이란 단어 대신 '추가협상'이란 단어를 사용했고, 또한 동아일보만 유일하게 비판의 말 하나 없이 긍정 평가와 찬사로만 시종했을 뿐더러, 나아가 기존 사설에서 스스로 주장했던 '재협상 불가' 입장을 헌신짝처럼 뒤집은 뻔뻔함에서도 타신문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사설들을 살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날자 신문 가운데 '재협상'이란 말을 쓰지 않은 곳은 동아일보밖에 없다. 중앙일보와 서울신문도 '추가협상'이란 말을 사용하기는 했으나, 그러나 아랫 문단에서 '재협상'과 병기(중앙)하거나 "재협상이나 마찬가지다"(서울)고 적시하는 방식으로 동아일보와 거리를 두었다(조선일보는 사설 내내 '재협상'이라고 명시).

동아일보가 이렇듯 '재협상'에 알러지 반응을 보이며 홀로 '추가협상'이란 단어에만 목매는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재협상은 필요없다"는 식으로 여태 떠들었던 전력 말고도, 동아일보가 섬기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재협상 불가" 방침을 수차례 공언해 왔기 때문이다. 연즉, 애완견 된 도리로 어찌 주인에게 해가 될 수도 있는 말을 입에 담을 수 있겠는가.

비판의 말 하나 없이 낯뜨거운 찬사만 늘어놓은 본론으로 들어가면 민망함은 한층 배가 된다. 같은 노선을 취하고 있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사설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완전한 이익의 균형’을 이뤘다고 보기는 어렵다... 당초 협상안을 관철하지 못했다는 점에선 아쉽기 짝이 없는 결과다... FTA의 기본 정신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국가 간 협정의 안정성을 해쳤다는 점에서 나쁜 선례를 남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재협상 요구를 거절해서 한·미 FTA를 완전히 무산시키는 것보다는 재협상을 통해 차선의 결과라도 얻는 것이 낫다" 운운. / (중앙)

"재협상에서 미국이 얻은 소득 리스트에 비해 한국의 소득 리스트가 짧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한국은 주력 산업분야에서 크게 양보하는 정치적 결단을 내린 반면 미국은 구색을 맞추는 정도에 그쳤다고도 할 수 있다... 협정문을 사실상 다시 고쳐 쓰는 좋지 않은 선례도 남겼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기는 해도 큰 틀에서 보면 한·미 FTA가 빨리 햇볕을 보도록 하는 게 더 낫다" 운운. / (조선)

"이번에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최종 결실을 거둔 이명박-오바마 두 정상의 리더십을 평가한다... 협상 실무팀의 노고도 치하해 마지않는다... 이 정도면 2007년의 합의 정신과 원칙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상호 이익을 상당히 균형 있게 반영한 ‘윈윈 협상’이라고 볼 수 있다... 국가 간 협상에서 어떻게 우리 이익만 챙길 수 있는가. 자동차 분야에서 일부 양보하고 축산 의약품 분야에서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낸 것이 어떻게 ‘굴욕 협상’인가. ‘밀실 협상’이라는 비판도 설득력이 없다. 세상에 어떤 국가 간 협상이 모두 공개적으로 이루어지는가..." 운운. / (동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동아일보 사설에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입에서 공통으로 터져나온 '아쉬움'의 'ㅇ'자도 찾기 힘들다. 대신 "이 정도면 2007년의 합의 정신과 원칙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상호 이익을 상당히 균형 있게 반영한 ‘윈윈 협상’이라고 볼 수 있다"며 'MB만세'를 외치는 정치구호만 난무할 뿐.

이쯤에서 동아일보가 이전 사설에서 내뱉었던 FTA 배설물들을 잠시 추적해 보기로 하자. 작금의 한미 FTA 재협상을 "윈윈협상"이라고 높이 평가한 동아일보의 말이 과연 제 정신에서 비롯된 것인가 검증해 보기 위해서다. 아래 5가지 항목과 관련, 동아일보 사설의 'before/after'를 대조.감상해 보시라.

1. "미국의 FTA 재협상 요구는 한미 신뢰 흔드는 부당한 압력" ;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동맹국 정부끼리 서명까지 한 협정의 개정을 강요한다면 미국의 국제적 신뢰 형성에도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오바마 당선인이 벌써부터 자국 노동자와 산업의 이익만을 위해 외국의 희생이 따르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구한다면 그에게 걸었던 세계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것도 시간문제일 수 있다."(<오바마, 미국車 하나 때문에 FTA 흔들 건가>, 2008.11.11)

"특정 산업을 감싸느라 정부 간 합의를 뒤집으려는 것은 국제관례에도 어긋난다. 한국을 압박하는 미 당국자들의 태도는 우리 사회 일각의 반미감정을 확산시킬 우려도 있다. 미래지향적 동맹관계의 발전을 염두에 두더라도 미국은 대승적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오바마 행정부의 한미 FTA 인식 유감이다>, 2009.03.11)

"협정 서명 후 3년 넘게 재협상만 요구하는 미국의 태도를 어느 나라인들 승복하겠는가... 미국 정부와 의회가 동맹국이며 주요 교역파트너인 한국에 FTA 추가협상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미국, 3년 넘게 FTA 재협상만 요구하다니>, 2010.08.09)

2. "미국 자동차 판매부진은 낮은 경쟁력 때문, 왜 남탓하나?" ;

"미국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한국 등 외국 자동차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미국 차가 한국에서 잘 팔리지 않는 것은 디자인과 인테리어, 연료소비효율과 정숙도 및 기타 성능, 애프터서비스 등 총체적 품질경쟁력이 떨어지고 근로자 고임금 등으로 가격 경쟁력마저 밀리기 때문이다..."(<오바마, 미국車 하나 때문에 FTA 흔들 건가>, 2008.11.11)

"미국 자동차 업계가 오랫동안 요구한 사항은 FTA 협정문에 대부분 반영됐다. 문호가 크게 열린 한국 시장에서 미국 자동차가 많이 팔리지 않는 것은 낮은 경쟁력 때문이다..."(<한미 FTA, 이제는 美정부와 의회가 답할 차례>, 2009.04.23)

"한국의 자동차시장 개방이 미흡하다는 미국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미국산 자동차는 품질과 마케팅에서 일본이나 유럽 차에 뒤지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 차의 수입 확대가 한국 소비자의 선택에 좌우된다는 점을 알려주고 미 정부와 업계의 노력을 촉구하는 것이 좋다..."(<미국은 한미 FTA ‘작은 조정’에 연연 말기를>, 2010.06.28)

3. "재협상 논란 불거지지 않도록 추가 실무협의는 투명하게" ;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과의 실무협의를 희망하면서 ‘재협상이 아닌 조정(adjustment)’이라고 분명히 했다. 우리 정부는 이미 ‘합의 내용을 바꾸는 재협상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두 나라는 실무협의의 형식과 성격, 한계를 사전에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려 ‘재협상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실무협의는 한국이 일방적으로 시장개방 폭을 넓히는 식으로 마무리돼서는 안 된다..."(<미국은 한미 FTA ‘작은 조정’에 연연 말기를>, 2010.06.28)

4. "자동차 관세철폐야말로 FTA의 핵심" ;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철폐시기를 더 늦추고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도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2007년 합의 사항을 뒤집는 요구로 사실상 FTA를 전면 수정하자는 거나 마찬가지다... 관세 철폐는 한미 FTA의 합의사항 중에서도 핵심적인 내용이다... 관세장벽을 낮추지 않는다면 사실상 FTA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미국이 관세 철폐의 유예를 고집한다면 자칫 한미 FTA 자체를 무산시킬 수도 있는 사안이다..."(<한미 FTA 합의정신 깨는 일방적 요구 말라>, 2010.11.18)

5. "'윈윈협상' 가능하려면 이 정도는 돼야..." ;

"미국의 자동차업계처럼 한국에서도 농업과 서비스 분야에서는 한미 FTA에 불만이 많다. 만약 미국이 자동차 분야에서 양보를 요구한다면 농업과 서비스 분야에서는 한국의 요구를 수용해야 양국이 모두 득을 보는 ‘윈윈 협상’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한미 FTA, 車추가 논의하려면 농업 서비스도 해야>, 2009.11.20)

그러나, 동아일보가 "한미신뢰를 흔드는 일"이요 "국제관례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던 한미 FTA 재협상은 이제 눈 앞의 현실이 됐다. 애당초 "재협상 불가"를 천명한 이명박 정권은 - 무슨 약점을 잡혀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 오바마 정부의 부당한 공세 앞에서 눈사람처럼 허무하게 녹아 내렸다.

김종훈을 단장으로 한 한국협상팀은 미 정부의 "사리에 맞지 않고" "설득력이 떨어지며" "부당하기까지 한" 자동차 시장개방 압력에 변변한 반론도 하지 못 한 채, 동아일보 말마따나 "FTA의 핵심내용에 해당한다"는 자동차 관련 알짜배기는 다 내주고 허접한 것들만 두어 개 챙기는 선에서 굴욕적인 재협상을 마무리했다.

그 과정에서 동아일보가 소망했던 '협상의 투명성'은 철저히 배제됐고 실무협의는 "한국만 일방적으로 시장개방 폭을 넓히는 식"으로 이뤄졌다. 자동차 분야에서 양보하다면 농업과 서비스 분야에서 반대급부를 챙겨야 '윈윈'이 가능하다던 동아일보의 지적 또한 묵살됐다. 그럴진대 동아일보가 제대로 된 신문이라면, 응당 목젖을 떨며 분기탱천 이 정부와 협상팀의 저자세를 질책.성토했어야 마땅할 터.

그러나 보라. 동아일보가 사설에서 주문한 대로 진행된 것이 하나도 없는데도, 아니 동아일보가 사설로 주문한 것과 정반대로만 일이 진행됐는데도, 기껏 한다는 소리가 "상호이익을 상당히 균형있게 반영한 윈윈협상"이라고 봐야 한단다. 하여 "이명박.오바마 두 정상의 리더십을 평가"하고 "협상 실무팀의 노고를 치하"한단다. 지금 장난하나?

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 것은, "미국의 압박에 밀려 우리가 너무 많이 양보하면 국민의 거부감이 커질 것"이고 "한국 국회의 비준이 난관을 겪거나 지연"될 수 있으며 "반미감정을 확산시킬 우려도 있다"고 제 입으로 말해놓고도 그새 얼굴을 바꿔 한미 FTA 재협상에 반대하면 무조건 "종북.친북"이요 "반미.좌파"라는 식의 악의적인 정치선동 내지는 이념공세나 일삼고 있다는 거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잠시 숨을 죽이던 국내 반미 좌파세력도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때처럼 또 한번 나라를 흔들고 국민을 속이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한국이 미국과 안보동맹뿐 아니라 경제적 협력 강화를 통해 대북 우위를 확고히 하는 것을 종북·친북세력은 극력 방해하려고 한다... 한미 FTA 비준 및 발효를 막으려는 ‘선동의 악의’에는 국민도 단호히 맞서야 한다."

굴욕적인 한미 FTA 재협상을 마치 잘된 일인 냥 묻지마 치켜세운 동아일보의 막장사설을 일별하신 소회가 어떤가. 앞에서 자기가 내뱉은 말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나라야 어찌되든 말든 권력의 애완견 노릇 하기에 바쁜 'MB 언론'의 실태가 이 정도다. 맛이 갈대로 간, 맛이 가다 못해 완전히 돌아버린 이런 신문지가 FTA와 '국민 이익'을 논하는 아스트랄한 풍경이 정말 눈물겹지 않은가.

글을 맺기 전에 탄식 한 모금. 보온병이 북한제 폭탄으로 둔갑했듯이, 망국적 한미 FTA를 이끈 '이명박 가카'가 '대한민국(大恨民國)의 위인'으로 둔갑할 날도 머지 않았구나. 빌어먹을! (2010.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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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아포커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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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虛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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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닥치고 조낸 찾는거다. 디오게네스마냥 등불 들고서... 찾을 때까지 끈질기게... 근데 뭘 찾어~~~?
虛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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