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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에 해당되는 글 15건

기가 막히면 말문이 막힌다는 게 이런 경우를 두고 한 말이겠죠? 아세안지역포럼(ARF) 참석차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 중인 익명의 외교 당국자 입에서 "야당 지지자들은 북한 가서 살아라"는 말이 나왔다고 합니다. 세상에~! 지금이 쌍팔년도도 아니고 밀레니엄 하고도 십년을 훌쩍 넘긴 이 나라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이야.

고위 당국자라고 했으니 아마도 장차관급에 해당하라는 정부 고위관료인 듯 한데, 그런 사람 입에서 이렇게 썩은내 진동하는 수준 이하의 말이 나왔다는 게 여간 놀랍고 신기하지 않습니다. "이명박 반대하는 놈들은 죄다 북한 보내버려야 한다"는 류의 유치찬란한 망언은 수구꼴통 사이트에서나 접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정색하고 말하자면, 명색이 민주국가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수치입니다. 조중동이 평소 수준낮다고 경멸해 마지 않는 사이버세상에서도 어느 누가 "야당 지자들은 북한 가서 살아라"는 식의 초딩틱한 말을 내뱉으면 비웃음 맹폭을 당하거나 자동으로 분리수거 됩니다. 상대할 가치조차 없다는 거지요.

그런데 이렇듯 저렴한 말을 정부 고위 당국자가 입에 담았다? 이건 사건입니다. EBS 인터넷 수능 강의 시간에 "남자들은 군대 가서 죽이는 거나 배워오죠" 라고 말했다 하여 열혈 네티즌들과 주류언론들로부터 융단폭격을 당하고 자리에서 쫓겨난 장모 여교사의 설화사건보다 훨씬 중차대하고 인화성이 큰 대사건 말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발언 당사자의 무게나 심각성 면에서 이 둘이 비교나 됩니까? EBS 여강사의 군대 발언은 학생들의 이해를 도우려다 우발적으로 돌출된 실언에 불과합니다. 반면, "야당 지지자들은 북한 가서 살아라"는 외교 당국자의 비아냥은 자신의 외교 실패를 국민에게 떠넘기고 분풀이하는 와중에 튀어나온 겁니다.

뿐입니까? 야당 지지자들을 친북좌파로 싸잡아 매도한 외교당국자의 말은 사실상 민주주의를 통채로 부인하고 욕보이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민주주의가 무엇입니까? 한 마디로, 다양성입니다. '나'와 다른 '너'의 존재를 긍정하는 것입니다. '나'와 다른 '너'의 존재를 부정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숨을 거둘 수밖에 없습니다.

'나'와 똑같은 '너'만 존재하는 획일적인 사회, '나'와 다른 '너'를 틀렸다고 단죄하는 무서운 사회에서는 민주주의가 꽃피지 못합니다. 그 점에서 6.2지방선거에서 야당을 지지한 국민들에게 색깔론을 뒤집어 씌운 외교 당국자의 말은 민주국가에서 용납될 수 없는 망언입니다. 망언 이전에, 폭압이고 압제입니다. 폭력입니다.

한나라당을 지지하면 '애국세력'이고, 야당인 민주당을 지지하면 '김정일 세력'이라는 시대착오적인 이분법이 이처럼 횡행하는데도 그러나 이 나라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메이저신문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말이 없습니다. 대신 힘 없는 EBS 여강사의 '군대 발언'만 물고 늘어지며 기사와 사설로 패대기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공무원의 정치중립을 위반하면서까지 국민을 대적하는 외교 당국자의 오만방자한 행태가 그들 눈엔 보이지 않는 걸까요? 민주주의에 대못을 박고 이 나라를 또하나의 '동토의 왕국'으로 만들어버린 고위 당국자의 폭언이 그들 귀엔 들리지 않는 걸까요? 설마 너무나 기막힌 일이라 말문이 막혀서 그런 건 아니겠지요? 지저스!(2010.07.26)



- 虛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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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Posted by 虛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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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나저나 2010.07.26 15: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허허....ㅋㅋㅋㅋ

  2. 떡붙었소 2010.07.26 20: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부분 동감하지만 EBS망언이 그저 단순한 실언이라는 주장은 동감할 수 없습니다. 해당 강사는 발언 내내 남성과 군대에 대해 비아냥대는 발언을 했으며 발언이 끝난 후에도 '안티 늘어나는 소리'라는 장난스러운 말로 끝을 맺었습니다. 과연 그것이 단순한 실언이고 순간의 실수였다면 해당 강사가 끝까지 여유스럽게 발언을 마무리했을까요? 저는 해당 강사가 평소 가지고 있던 왜곡된 생각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이라고 봅니다.(그냥 생각의 차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제 머리에서는 이 발언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네요..) 설령 해당 강사가 실언을 한 것이라고 한다쳐도 발언의 내용은 그냥 허허 웃어넘길 수 없는 내용입니다.

    • 虛虛 2010.07.27 09: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이는 이미 쫓겨났잖아요? 더이상 어떻게 할까요?

    • 떡붙었소 2010.07.27 12: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더 이상 어떻게 하자는 뜻을 적은 적은 없습니다. 다만 본문에서 단순한 실언으로 취급하시면서 별 일 아닌 양 언급하신 부분에 대하여 답글을 적은 겁니다. 님께서 주목하시는 유명환 장관의 발언이나 제가 주목하는 강사의 발언이나 경중을 따지기는 애매한 문제라고 봅니다.

    • 虛虛 2010.07.27 13: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권력자의 말과 군대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한 무력한 소시민의 말을 동렬에 취급하고 그 경중조차 가리기 애매하다 하시니, 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 떡붙었소 2010.07.27 14:13  댓글주소  수정/삭제

      세상의 절반을 차지하는 집단을 모욕한 발언을 가벼이 취급하시는 분과 무슨 대화를 하겠습니까.. 한가지 알아두세요. 이념보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3. zlfl 2010.07.27 18: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리비아와의 외교 단절 사태와 더불어 외교부는 외교를 하고 있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입 닥치고 조낸 찾는거다. 디오게네스마냥 등불 들고서... 찾을 때까지 끈질기게... 근데 뭘 찾어~~~?
虛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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