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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영어몰입 광풍 속에 맞는 우울한 한글날 풍경

'한글'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둘 있다. 세종대왕과 연산군이다. 한 사람은 한글을 창제한 분이고, 또 한 사람은 한글말살책을 쓴 사람이다. 이 연산 이야기를 잠시 해 보자.

아다시피 연산은 여러가지 악행으로 유명하지만 또한 한글에 대한 적개심이 깊기로도 유명하다. 그가 한글에 증오심을 갖게 된 것은 자신을 비방한 익명의 한글(언문)투서 때문이었다.

만약 연산이 조기에 투서를 쓴 사람을 색출해 냈더라면 사정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음에도 '익명'을 밝혀내지 못하자, 연산의 분노는 '그 사람'에게서 '그의 문자'로 옮겨붙었다. "앞으로는 언문을 가르치지도 말고 배우지도 못하게 하며, 이미 배운 자도 쓰지 못하게 하라"는 한글 금지 전교를 내린 것이다.

이것으로도 성이 안찼던지 연산은 이틀 뒤 다시 한글로 토를 단 한문 서적까지 모두 불태우라고 명령한다. 진시황의 분서갱유를 떠올리게 하는 이 조치로 연산과 유림 간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처하게 된 것은 불문가지다.

562돌을 맞은 한글날 아침에 느닷없이 폭군 연산 이야기를 꺼낸 까닭인즉, 이명박 대통령이 통치하는 이 땅 꼬라지가 그때와 흡사해서다. 이 대통령의 실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한글 죽이기'와 직결된 영어몰입교육 논란은 온 나라를 들썩거리게 할 정도로 특심한 것이었다.

일국의 대통령이 돼 가지고 시도때도 없이 "어, 유아 베리 웰컴" 같은 콩글리쉬(조중동문식 표현대로 하자면, 서바이벌 잉글리쉬)를 남발하질 않나, "영어 잘 하는 나라가 잘 산다"며 온 나라를 영어광풍으로 몰아넣질 않나, 심지어 "국어와 국사도 영어로 가르치자"는 무뇌적 망언을 일삼질 않나, 기타 등등 기타 등등.

이 모양 이 대통령의 하는 짓을 보면, 마치 한글을 못 죽여 안달이 난 사람처럼 보일 정도다. 대통령부터 이러했으니 이 정부 밑에서 한글이 어떤 대접을 받았을지는 안봐도 비디오 아닌가.

과연 한글날을 전후해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하나같이 눈물겹다. 설립 100주년을 맞은 한글학회가 빈약한 정부 보조금에다 기업 후원도 거의 끊겨 한글사전 편찬이나 남북한 공동 표준말 연구, 문화지도 편찬 등 현안 사업은 물론이고 한글날 행사도 제대로 못 열 형편이란다.

한글회관 임대수입으로 운영비를 근근이 충당하고 있는 학회 살림살이는 말하나마나다. 전용 도서관과 연구실도 없어 한글 관련 주요 자료들을 사무실 바닥에 쌓아놓고 있다니, 이런 나라에서 한글 사랑을 외친다면 그게 오히려 비정상이다. 영어사업에 투자하는 돈의 몇 십분의 일만 한글에 쏟아도 이 지경까지는 아니 될 텐데...

말글은 그 나라의 정신이다. 조상들이 일제의 모진 폭압 속에서도 목숨을 걸고 우리 말글을 지킨 것도 그 때문일 터다. 그런데 이런 우리글을 대통령과 정부가 앞장서서 홀대하고 모욕하는 참람한 광경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훗날 역사는 이 시대를 어떻게 평가할까. 아니, 그 이전에 '잉글리쉬'만 '서바이벌' 하고 한글은 잊혀지고 마는 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에 한없이 우울한 한글날이다.(2008.10.9)


- 虛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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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일리서프>에 기고한 글입니다.
Posted by 虛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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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자미의 시선 2009.05.03 16: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쥐세뀌가 연산군과 같다... 그렇네요.

  2. 하여간 2009.07.18 17: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여간,, 참나,,, 허허허 어이없다. (요즘상황이..)


입 닥치고 조낸 찾는거다. 디오게네스마냥 등불 들고서... 찾을 때까지 끈질기게... 근데 뭘 찾어~~~?
虛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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