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촛불'에 해당되는 글 15건

며칠간 뉴스를 끊고 살다가 모처럼 인터넷을 서핑했습니다. 그동안 재밌는 일들이 많이 벌어졌더군요. 조선일보가 11일자 별지로 안티조선을 공격하는 특집을 꾸몄다는 것도 제가 즐겨가는 사이트를 통해 뒤늦게 알았습니다.

조선일보가 사외보를 낼 생각을 다 한 걸 보니 그 충격이 생각보다 심했던 모양입니다. 사외보는 조선일보가 궁할 때마다 꺼내먹는 비상약같은 것이거든요. 조선일보가 사외보를 처음 선보인 것은 2001년 8월의 일입니다. 조선일보는 당시 왕성하게 전개되던 안티조선 운동에 대응하기 위해 거의 넉 달 가까이 '독자와의 대화'란 사외보를 내는 파격적인 운영을 감행했더랬습니다.

조선일보는 그 뒤에도 2002년 '조아세' 활동을 견제하기 위해, 2003년 독립기념관에서 친일 윤전기가 철거될 때, 그리고 2004년 행정수도 반대문제로 충청도에서 불매운동이 광범하게 불 때(2004년)도 사외보를 내서 긴급진화에 나서기도 했지요. 그런 조선일보가 이명박 정권 들어 2008년에 또다시 사외보를 낸 걸 보면, 작금의 안티바람에 얼마나 당황하고 초조해 하고 있는지 알쪼 아닙니까?

각설하고, 조선일보가 이 문제에 대해 뭐라 지껄이는지 한번 들어 볼까요? 조선일보는 별지 6면에 실린 <안티조선 시위꾼들 '촛불' 틈타 또 모였다>란 제하의 글에서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대부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거리에 나왔습니다. 하지만 과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중앙일보를 폐간해야 한다는 것에까지 동의했을까요? 또 언론사에 난입하고 기물을 파손하는 것에 동의했을까요? 아닐 겁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일부의 극단적인 사례들을 뻥튀기한 악의적인 물음이 노리는 것은 뻔합니다. 촛불을 든 대다수의 사람들은 조중동 반대 따위는 전혀 원치 않았는데 불순한 '안티조선' 세력이 가담해서 민의를 왜곡하고 오도했다는 것이지요. 이런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조선일보는 '조선일보 반대 시민연대' 참여단체 절반 이상이 대책회의에 참가하고 있다며, 거기에 속한 단체들 명단을 길게 나열합니다.

그런데 이건 사실 유치찬란한 짓입니다.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우리나라 시민단체가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 뻔히 압니다. 연대단체를 구성할 때 세를 부풀리기 위해서 서로 이름을 빌려주는 일이 허다하다는 것 말입니다. 정치적 지향이 비슷한 시민단체들 사이에선 이런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그렇다 해서 이들이 전면에 나서서 일하지도 않습니다. 말 그대로 이름만 걸어주는 격이지요. 실제로 운동을 주도하는 단체는 많아 봤자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입니다. 조선일보가 기사에서 거론한 2000년 '조선일보 반대 시민연대'에 저 역시 집행위원의 한 사람으로 참여했고 또 그 다음해 조선일보 본사 앞에서 이 단체의 이름으로 안티조선 일인시위를 진행했기에 그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조선일보 기자라고 이런 사정을 모를까요? 미안한 말이지만, 모른다면 병신이고 알고도 부러 이렇게 말했다면 비열한 겁니다. 이런 식으로 꼬투리 잡자면, 조선일보가 총애하는 시민단체들도 똑같이 걸릴 수밖에 없어요. 그쪽 동네는 사정이 훨씬 나쁘거든요.

자! 이렇게 악의적인 물음을 던진 다음, 조선일보는 준비한 답변을 슬그머니 내밉니다. 잠시 심호흡 하시고 들어 보세요.

"지난 10년 동안 앵무새처럼 '조선일보 폐간하라'라고 주장해 온 시민단체들은 '국민건강권'이 걱정돼서 나왔을까요? 아무도 부르지 않았는데 제 발로 끼어들어 '촛불집회'의 열기를 자신들 세력확장에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중략)... 가족의 건강에 대한 걱정과 정부의 무능에 대한 우려로 시름이 깊어진 시민들 틈에서, 마치 제 세상을 만난 듯이 '잔치'를 벌이는 이들. 반미집회에서, 반FTA집회에서, 안티조선집회에서 너무 지겹도록 봐 온 '꾼'들이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의 제목 앞에 [사실 왜곡 '안티조선']이란 꺽쇠를 붙였습니다만, '사실 왜곡'이란 영광은 안티조선이 아니라 조선일보에게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식의 말도 안되는 배후 타령을 늘어놓는 자체가 '사실 왜곡'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 눈에는 촛불을 든 시민들이 당최 스스로 생각할 줄도 모르고 스스로 판단할 줄도 모르고, 그저 누가 꾀는대로 생각없이 끌려가는 좀비로만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실상은 전혀 그게 아닙니다. 광우병 위험에 대한 조선일보 보도가 노무현 정권에서 이명박 정권으로 바뀌면서 극적으로 달라진 게 눈밝은 이들에 의해 알려지고, 그로 인해 시민들 가슴에서 절로 열불이 일고 그 분노가 입을 통해 "조선일보 폐간하라"는 외침으로 폭발돼 나온 것이라는 건 촛불집회에 한 차례라도 참석해 보신 분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조선일보 자신이 이미 웅변으로 증명한 바 있습니다. 일전에 조선일보가 온라인판 대문에 "조선일보는 광우병과 관련해 말을 바꾼 적이 없습니다"는 요지의 글을 한동안 내건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조선일보가 왜 그런 구차한 변명까지 내걸어야 했을까요? 조선일보도 그 문제 때문에 자신들이 시민들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다는 걸 눈치챘기 때문 아닙니까? 그래서 버스 떠난 뒤에 손 흔드는 격으로 한참 지나서야 허둥지둥 대응에 나선 것 아닙니까?

다시 말해서, 시민들이 조선일보에 분노한 것은 정권따라 말이 달라지는 그네들의 비루한 습성을 광우병 사태를 계기로 새삼 확인하게 됐기 때문이라는 건 조선일보조차 시인한 사실입니다. 그래 놓고서 뜬금없이 웬 배후 타령? 안티조선 측이 수백만 촛불을 조종해서 전국에서 동시에 "조중동 폐간"을 부르짖게 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무시무시한 집단이라도 된다는 말일까요? 웁스~!
 
이와 관련해서 부끄러운 고백을 할 게 있습니다. 앞에서 밝혔다시피, 저는 - 제 이름은 문한별입니다 - 안티조선 진영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활동한 사람 축에 속합니다. 관심있는 사람이면 알 정도는 되지요. 2000년 '우리모두' 사이트에서 '어른이'란 아이디로 활동하기 시작해서 2001년에 안티조선 일인시위 진행, 그 뒤 여러 매체를 전전하며 지금까지 조중동의 해악을 지적하는 글을 꾸준히 써왔습니다. 아마 지금까지 써 온 글만 모아도 책 몇 권은 족히 될 겁니다.

그처럼 열심히 뛰어 왔지만, 그러나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부끄러움 뿐입니다. 내세울 만한 전공이 거의 없는 탓입니다. 물론 조선일보 문제를 언론개혁과 연관지어 이슈화시키는 등 안티조선 진영의 성과가 아주 없지는 아니 하였습니다. 그러나 안티조선 초창기만 해도 '조선일보 반대'가 이념적 문제로 받아들여진데다가 노무현 정부 때엔 '비판언론 탄압한다'는 조선일보의 설레발이 먹히면서 외려 안티조선이 동력을 잃고 주저앉는 사태까지 이르고 말았드랬습니다. 오매불망 소원하던 안티조선 대중화를 이루지 못하고 그것이 운동 중간에 좌초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슬픔이란.

그런데 기적이 일어난 겁니다. 차마 꿈꾸지 못한 기적같은 일이 2008년 5월 서울 한 복판에서 전개된 겁니다. 광우병 파동으로 촉발된 촛불집회에서 "조중동도 언론이냐" "조중동은 폐간하라"는 거대한 함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거지요. 우리가 그토록 바라마지 않았던 '안티조선의 대중화'가 눈 앞의 현실로 나타난 순간... 아! 누가 이를 짐작이나 했겠습니까. 누가 이를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애당초 '이명박 탄핵'을 외치며 촛불을 든 것은 교복 입은 학생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조중동 폐간의 깃발을 높이 든 것도 바로 그들이었습니다. 그들이 앞서 나가고 어른들이 그를 뒤따랐습니다. 촛불은 그렇게 불타 올랐습니다. 안티조선은 그 앞에서 무력했습니다. 촛불이 거센 불길로 옮겨 붙기까지 안티조선에서 기여한 바가 거의 없었으니까요. 기껏 우리가 한 일이란 촛불로 활활 타오르고 있는 현장에 합류해서 언론개혁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조선일보는 애당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던 시민들이 안티조선의 꾐에 빠져 "조중동 폐간"의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다고 말합니다. 조선일보 스스로도 기사 가운데서 "시민들로부터 외면받아 오다 최근에는 그 실체조차 희미하게 느껴졌다"고 말한 그 안티조선에 말입니다. 너무나 황공한, 너무나 황공무지해서 받잡기 민망한 소리 아닙니까?

암튼 조선일보 말대로라면, 안티조선의 활약 때문에 거리로 나선 교복입은 학생에서부터 교복벗은 어른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조중동의 심각성을 절감하게 되고, 그도 모자라 광고 불매운동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데까지 이르게 됐다는 것인데, 하는 일도 없이 이런 과분한 칭찬(?)을 받으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거 웃어야 하나요? 아니면 울어야 하나요? (2007.7.14)

☞ [조선일보] 안티조선 시위꾼들 '촛불' 틈타 또 모였다  



- 虛虛 -

>>> http://findingecho.tistory.com/ 

Posted by 虛虛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나그네 2008.07.14 20: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좃선일보만 생각하면 치가 떨립니다.우리회사는 각부서별로 신문을 구독하는데 7월1일자로 조중동은 완전 퇴출시켰습니다.정말 속이 시원합니다.버러지 같고,능구렁이 같고,살모사같고,때로는 카멜레온 같은 조중동~너희들의 끝도 멀지 않은것 같다!꼭 그 끝을 보게 만드는데 나 역시 일조하련다!비록 그싸움이 쉽지 않을지라도 비록 그싸움이 때론 암초에 부닥친다하더라도 결코 좌절하지 않으련다."허허"님 더운날씨 몸조리 잘하세요!화이팅!

    • 虛虛 2008.07.14 20: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큰 일을 하셨군요. 이처럼 한 부, 한 부 몰아내면 언젠가 대한민국 전체가 청정지역이 되겠지요. 압니까? 그 날도 기적처럼 다가올지...? 홧팅~!!! ^^


입 닥치고 조낸 찾는거다. 디오게네스마냥 등불 들고서... 찾을 때까지 끈질기게... 근데 뭘 찾어~~~?
虛虛

달력